artist interview_ 색연필로 꿈을 꾸듯 그려낸 세상!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아 작가를 만나다!

By 2019/02/28 illustration

눈물바다의 장례식

색연필로 꿈을 꾸듯 그려낸 세상!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아 작가를 만나다!
스케치 없이 무작정 잡은 색연필로 그림을 시작한다. 여기엔 스릴도, 긴장감도 있지만 즉흥적이고 거친 듯 매끄러운 색연필의 선들로 채워진 그녀의 그림은 곧 그녀의 세상이다. 색연필로 이 세상을 말하고, 살아가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아 작가를 언플러그드바바에서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언플러그드바바 독자분들에게 인사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간호사 겸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아입니다. 혼자 작업을 해서 그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오랜만에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Q.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와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누구에게나 인생의 힘든 시기는 한 번쯤 찾아 오잖아요. 저는 29살이 그랬어요. 뭘 해야 할지, 앞으로 계속 그냥 이렇게 숨만 쉬며 살다 죽는 건지. 직장도 그만두고 총체적 난국이었죠. 불면, 불안 증상이 심해지면서 직장을 그만뒀는데 점점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 누구인지도 모르는 공황상태에 빠지더라고요.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럼 딱 1년만 쉬면서 나를 아는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워 나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1년이 벌써 2년을 맞이하고 있네요. 아, 물론 백수 생활은 청산했어요. 아무래도 돈이 없으면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게 힘들겠더라고요. 처음엔 딱 1년 만이었는데 매일같이 그림을 그려오다 보니 지금 저에게 그림은 취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약간 세상을 향한 생존 신고라고나 할까 “저 여기서 아직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이렇게요.

Q. 그림을 보면 뚜렷한 색채들의 조합이 재미있어서 눈길이 많이 가는데,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색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그려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꿈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꿈에서 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깬 상태도 아닌데 반쯤 잠이 들었을 때 자꾸 어떤 것들이 떠오르고 눈에서 그려지는 듯한 기분을 느껴요. 나른한 정신 상태에서 본 그 형태들이 그대로 종이에 옮길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색은 그냥 집히는 대로 보이는 대로 써요. 생각하고 색채들을 조합하는 게 아니라 눈앞에 가장 먼저 보이는 색,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색 이렇게요. 운 좋게 그런 색들이 조화롭게 잘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Q. sns를 보니 색연필을 도구로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제가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물감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스케치하고 물감을 준비하고 수정하고 그러다 보면 그림 하나 그리는데 온종일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색연필은 그렇지 않아요. 스케치도 안 하고 무작정 눈감고 잡히는 색들로 그려 나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모르잖아요. 색연필은 다른 색으로 덮이지도 않고 깨끗하게 지워지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뭐랄까 무인도에 떨어져 살아나가는 그런 스릴이 있어요. 어떤 그림이 나올지 어떤 색으로 그려질지 저조차도 모르게 되는 거죠. 처음엔 빠르게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으니까 색연필을 사용했는데 이젠 그 고유의 느낌과 스릴이 좋아서 색연필을 사용해요. 색연필은 참 괜찮은 녀석이에요. 언제나 저를 실망시킨 적이 없죠.

Q. 사람의 나체를 자주 그리시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음, 제가 그림을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학원에 다닌 적이 없어서 옷의 주름이나 그림자를 그리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나체를 그리기 시작했고요. 나체는 그런 거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요. 나체를 그리는 것에 대해 뭔가 큰 의미가 있다고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처음 시작은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단지 그림을 그리기 쉬우니까? 그러다가 요즘엔 그냥 제 솔직함을 가장 나타낼 수 있어서 나체를 그려요. 저는 거짓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어딘가에 마음을 털어놓기도 힘들어하고 개인주의라 누구에게나 선을 가지고 대하는데 나체를 그리면서 제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발가벗은 채로 슬픔과 두려움을 그림으로 이야기 하는 거예요.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처음엔 제 그림이 너무 솔직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젠 위로가 된다고”. 제일 감동적인 말이었습니다.

 

Q. 간호사라는 직업도 가지고 계시면서 작업활동을 하 시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시간적인 어려움이죠. 저는 24시간을 그림만 그리고 앉아있으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실제로 48시간 넘게 깨어 있으면서 그림만 그렸던 적이 있었고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런데 직업을 가지면서 그림을 그리기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큰 용기가 필요하죠. 조금만 나태해졌다가는 영영 그림과 멀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늘 가지고 있어요. 피곤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아마 언젠가는 “전 더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아요”하고 말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퇴근하고 잠을 1시간도 자지 않고 그림을 그리다 출근한 적도 있어요.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그리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도 그림에 할애해요. 그런 생활을 2년 가까이하다 보니 건강이 조금씩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지는데 포기할 수는 없어요. 그림은 저에게 이미 제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그림은 제 존재 이유에요.

Q. 작가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에 대한 소개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전부 애착이 가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달과 6펜스라는 그림이에요. 대한출판문화협회 주관으로 2018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굿즈 및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의뢰를 받아 그린 그림이에요. 책을 한가지 정해서 읽고 난 뒤 그림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었는데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진짜 어느 순간 읽어보지도 그리고 알지도 못한 책 제목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누군가에게서 예술에 미친 남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만 흘러가듯이 들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새벽 4시에 문득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 그 책 제목이 생각났어요. 아, 뭐 지? 왜 이 제목이 떠오른 거지? 그리곤 달과 6펜스로 하고 싶다고 담당자님께 졸랐어요.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작업을 진행하는 내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안 가요. 안락한 가정과 직업을 가지고 생활했던 부유한 남성이 오직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모든 것을 버리게 되는데 그 용기가 부러워서 울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아직도 외우고 다니죠.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 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Q. 평소 휴식 시간에 그림 이외에 따로 하시는 취미생활이나 요새 관심 가지고 계신 활동이 있나요?
A. 전혀 요. 제겐 오직 그림밖에 없는 걸요. 다른 걸 할 시간에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생각을 늘 해요. 쉬는 날엔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밖에도 나가지 않아요. 그럴 시간에 10분이라도 아니 5분이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Q. 작가님께서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가치관이나 정체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혹은 그림으로 얻고자 하는 것들은?
A. 계속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 죽어야겠다 생각 했던 제가 그림 덕분에 아직 살아가고 있어요. 가치관, 정체성 그런 것 없어요. 뭔가 크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무엇을 얻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그냥 계속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요.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Q. 앞으로 작업 및 전시계획은 어떻게 되 시는지,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다짐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현재 대림문화재단의 구슬모아당구장(D project space)에서 굿즈모아마트라는 그룹 전시를 하고 있어요. 외주작업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앞으로의 목표고요. 그리고 정말 작은 바람은 여전히 앞으로도 이렇게 그림을 놓지 않고 꾸준히 그려 나가는 것. 뭐가 되지 않아도 좋아요. 가난해도 좋고 일이 힘들어도 좋아요. 평생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해도 그림만 그릴 수만 있다면 좋겠 어요. 할머니가 되어서 붓과 연필을 놓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아니, 그럴 거라고 저는 믿어요.

 

 

Profile
작가 명: 김수아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sua.1989
SNS: @sua.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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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_ Lee Yu Kyung (Kyra @yuuuuu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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