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_ 빛과 어둠을 고찰하는 건축가 박세윤

By 2017/09/10 interview

빛과 어둠을 고찰하는 건축가 박세윤
무척이나 유연하고도 절제된 선과 면. 박세윤 건축가의 조각은 철학적이고 건축적인 형태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 공간과 공간 사이로 뻗어나가는 그의 작품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키워드는 바로 빛과 어둠이다.  그의 작품에서 양면성을 가진 이 둘의 공존은 형태의 존재성을, 더 나아가 형태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근본적으로 결정한다.
그렇기에 빛과 어둠에서 탄생하는 생명력과 형태에 대한 탐구 끝에서 탄생한 그의 작품은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건축가 박세윤만의 철학이 담긴 독창미를 느낄 수 있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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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 Yoon Park Portrait, 2015, Image courtesy of Se Yoon Park

Q. 언플러그드바바 웹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님의 소개와 인터뷰 소감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뉴욕시에서 조각가와 건축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세윤입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 후 미국 뉴욕에 위치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 석사를 공부 했습니다. 그 후 OMA, BIG, FREE, REX라는 건축 디자인 회사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14년부터는 제 스튜디오를 뉴욕시에서 운영하며 조각 활동을 병행 하고있습니다.

Q. 작가님 작품 속에서 주된 관심 대상은 무엇입니까?

A: 저는 어린 시절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한국의 산업 도시들 속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빛, 어둠, 나무 생명 그리고 사람이라는 주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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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Darkness and the Tree Type A, 2015, Image courtesy of Se Yoon Park

 

Q. 건축가가 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영향을 미친 인물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 영향이 작가님을 어떻게 변화시키셨나요?

A: 모든 건축가들이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물들이 있을 텐데 저에게도 건축 인생의 지표로 삼는 건축물이 두개가 있습니다. 둘 다 OMA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작품들인데, 하나는 시애틀 도서관 (Seattle Library)이고 다른 하나는 포르투갈에 있는 카사 다 뮤지카 (Casa da Musica) 입니다.
각 건축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아키텍트들이 OMA를 떠난 후 각각 세운 오피스에서 한번씩 일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었고 운이 좋게 이들과 모두 일해볼 기회를 계속 이어 올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음은 저를 디자이너로서 성숙시켰습니다. 훌륭한 디자인, 더 나아가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작가의 치열한 비판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토대 위에서 만들어짐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Q. 건축가이면서 조각일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작가로서 제 작업에서 가장 근본이 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저에게 가장 큰 질문이었던 빛과 어둠이 제 작업의 근본으로 확신이 들 때 저는 제 목소리로써 빛과 어둠의 이야기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보다 철학적이고 순수한 작업이었기에 기능과 용도를 항상 고민해야 하는 디자인보다는 순수 예술적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01 Light, Darkness and the Tree Type B, 2015, Image courtesy of Se Yoo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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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Darkness and the Tree, 2015, Image courtesy of Se Yoon Park

 

Q. 빛, 어둠, 시간, 생명에 대한 어휘를 중요시하시는데 그 이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생명이 없는 사물의 아름다움은 형태에 의존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형태는 눈에 보이는 것이며 그렇기에 그것은 반드시 빛과 연동합니다. 암흑 속에서는 어떤 형태도 구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빛만이 존재하는 곳에서도 형태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대척점에 있는 블랙홀과 화이트홀 에서의 형태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빛과 암흑, 이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형태의 존재성을 더 나아가 그 형태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근본적으로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빛과 어둠이 맞물려서 그려내는 이상적인 아름다운 형태 그리고 더 나아가 빛과 어둠으로 생명력을 창조해내는 형태에 대한 탐구는 조각가로서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Q. 조각에 있어서 작가님 본인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다른 아티스트분들의 작업에 대해서 정통하지 않기에 제 작품과 작업 방식이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진행시키고 있는 Light, Darkness and the Tree 프로젝트는 조각 작품이지만 글을 쓰면서 작품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글은 때때로 가장 추상적이고 때때로 가장 구체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글을 다듬으면서 작품의 생각을 글로서 구체화 시켰고 글을 시각화시키는 과정으로 작품을 발전시켰습니다.

Q. 조각작업 뿐 아니라, 사진 비디오 회화 작업도 진행하시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서로 다르게 보이는 여러 작업을 진행할수록 모든 작업이 서로 얽히고 하나로 이어지는 경험을 합니다. 대부분의 제 조각작품들은 무척이나 건축적입니다. 형태만을 추구하는 기존의 예술과 달리 각각의 작은 오브제들은 서로 다른 기능을 위해서 내부공간을 가지고 그 내부 공간의 기능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조립됩니다. 사진은 빛과 어둠을 시각화 하기에 너무나 좋은 매체이며 비디오는 시간의 흐름을 기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제 작업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 속에서 건축, 사진, 조각 비디오들은 규모와 도구의 차이만을 드러낼 뿐 모든 작품들은 빛과 어둠 그리고 생명 그리고 사람을 탐구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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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Darkness and the Tree: Self Portrait Tree, Brooklyn 2017, Image courtesy of Se Yoon Park

 

Q. 작가님에게 영감을 주는 다른 예술가들이 있습니까?

A. 세바스티앙 살가도 (Sebastian Salgado)의 사진들은 현대 사회가 가지는 문제점을 잔인할 정도로 직시하게 도와줍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의 조각품은 동 시대가 가지는 인간 본성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돌아보게 합니다. 스기모토 히로시 (杉本博司)의 사진들은 빛과 어둠의 탐구라는 제 주제에 큰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마이클 하이저 (Michael Heizer) , 도널드 저드 (Donuld Judd), 칼 안드 레 (Karl Andre), 아그네스 마틴 (Agnes Martin) 등의 미니멀리즘 아티스트들은 삶과 예술의 방향성을 알려줍니다. 루 이 칸 (Luis Kahn)의 건축물은 빛과 어둠을 어떻게 건축규모로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소중한 스승들인 렘 쿨하스 (Rem Koolhaas)와 조슈아 프린스 라무스 (Joshua Prince-Ramus)는 작가가 자기 일을 얼마나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지를 제게 가르쳐 줍니다.

 

AND TREE OF LIFE_COMPOSITIONAL STUDY THREE_INFINITE SYMMETREE_080615 AND TREE OF LIFE_COMPOSITIONAL STUDY TWO_WABISABI_ASYMMETREE_072616_01Brooklyn 2016, Image courtesy of Se Yoon Park

 

 

Q. 독자에게 작품으로서 어떤 느낌을 주고 소통하고 싶으신가요?

A. 예술작품으로 소통하는 것이 예술가의 본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의 정의는 저에게 가장 어렵고 모호한 물음입니다. 예술이 결코 예술가 혹은 유명 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진 누군가가 만든 그 어떤 것으로 한정되어 정의 내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예술가의 무의미한 낙서보다는 이름 모를 농부의 정성 어리게 만들어진 들판의 허수아비가 더욱 주변을 아름답고 즐겁게 만드는 훌륭한 예술품일 것입니다. 톨킨의 소설인 니글의 잎사귀 (Leaf by Niggle)에서 니글 (Niggle)이 생명이 깃든 나무를 그리기 위해 하나의 잎사귀를 그리는데 평생의 정성을 쏟는 것처럼 예술은 예술가의 끊임없는 정성과 노력 속에서 탄생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독창적인지, 얼마나 값진 것 인지, 얼마나 의미 있는 작업인지는 일련의 작가의 숭고 어린 정성과 더불어 시대의 보편 타당적인 공감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작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계획이나 다짐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만은 그 예술 작품을 창조해 낸 작가의 맥락 속에서 판단 되는 듯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캔버스의 무의미한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도 작가의 삶과 그의 작품의 맥락을 통해서 보면 그것이 무의미한 낙서인지 아니면 가치 있는 그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술가에게는 치열한 과정이 곧 목표일 듯 합니다. 세간의 관심이나 기대 등을 벗어나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잣대로 과정에 충실할 수 있는 마음이 유지되길 바랍니다.

작가명 박세윤
활동분야 건축 조소
메일 info@seyoonpark.com
인스타 seyoo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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