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예술가 마틴 마르지엘라의 패션 스토리, 영화 <마르지엘라>

By 2020/09/30 movie

Spring Summer 2009 collection exhibited at Palais Galliera Paris A009C022_120101_R3WI-2 Martin Margiela sketch of the “Jabot” Silhouette of the Spring Summer 2009 collection exhibited at Palais Galliera Paris

 

베일에 싸인 예술가 마틴 마르지엘라의 패션 스토리, 영화 <마르지엘라>

오랫동안 패션은 대외적인 작업이라 생각되었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당연시 되던 패션계에 ‘마틴 마르지엘라’는 혁명을 몰고 왔다. 베일에 싸인 마르지엘라 컬렉션의 여성들처럼 20년의 커리어동안 신선함을 잃지 않았던 진정한 예술가. 그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한번 새로움에 도전할 용기를 얻길 바란다. 

부와 쾌락에 탐닉되었던 80년대 육감적이고 화려한 스타일이 지나고 심사숙고하는 정직함이 트렌드로 떠오를 무렵, ‘마르지엘라의 시대’가 도래했다. 표백과 염색이 아닌, 실루엣과 디테일로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충격적인 신선함을 안겨준 마르지엘라의 패션. 네 개의 시그니처 스티치, 타비 신발 모티브 구두, 양말로 만든 스웨터, 접시조각 조끼, 얼음 장신구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제시해 왔다. 마르지엘라의 패션은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운동에 가까웠다. 대상이 아닌 진짜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시 여성들의 심리를 대변하며 자연스러움을 통한 당당함을 마음껏 표현한 것. 영화 속에서 마르지엘라의 목소리로 그려지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패션계의 역사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마르지엘라의 영향력은 막강했고, 그가 그려낸 해체주의 패션은 여전히 놀랍고 앞으로도 새로울 것이다.

지금까지 마르지엘라의 패션 커리어에서 창의력이 빛나지 않은 순간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시즌은 ’90 S/S 컬렉션’일 것이다. 당시 패션쇼는 루브르 부근에서만 진행되어야하는 암묵적 강압이 있었다. 패션계에 만연해있던 관념을 깨고 파리외곽의 버려진 땅에서 쇼를 진행한 그는, 화이트 컬러의 가벼운 옷들을 선보이는 와중에 독창적인 실루엣과 디테일을 가미했다. 처음으로 선보인 오버사이즈룩은 슬림한 상의에 코쿤실루엣 하의로 ‘뉴웻룩’이라 불리게 되었다. 비닐커버를 그대로 남겨놓은 옷 등 컨템포러리 역사상 가장 큰 균열을 일으킨 패션쇼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내놓은 패션은 기존에 만연해오던 진부한 스타일과는 차별화되었다.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여성상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던 당시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스타일에 접근했다. 화려하고 반듯한 패션의 진부함에 반격하듯, 중고의류를 가미한 컷오픈 이브닝 드레스와 청바지를 매치하며 자유롭고 시크한 분위기의 옷들로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그의 해체주의 의상에서 보여지는 자유로움은 장폴고티에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얻게 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브랜드로 정상에 있으면서도 에르메스의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서의 도전 역시 멈추지 않은 마르지엘라. 그의 에르메스는 단조로워 보였으나 정교한 소재와 장인정신이라는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정확히 살려낸, 새로운 실루엣에 대한 도전이었고, 그 후 아방한 정신을 최선으로 생각했던 패션쇼의 트렌드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자신의 커리어에 지친 마르지엘라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며 워싱이나 주름, 마감하지 않은 룩이 아닌 섹시하고 현대적인 느낌의 의상을 선보였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크리에이티브를 놓치지 않으며 또다시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도입되고 그만큼 대중들의 욕구가 상승하면서 그 기준에 자신의 창의력을 맞출 자신이 없던 그는, 정상의 자리에서 패션계를 은퇴하기로 한다. 그의 마지막 컬렉션인 2009 S/S 패션쇼는 모든 패션계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마르지엘라에게 자유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20년의 패션 커리어동안 단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신비로움을 대중들에게 강요하기 위함도 비밀스런 컨셉도 아닌, 그저 마르지엘라를 떠올렸을 때 그 브랜드의 제품이 떠오르기를 바란다는 신념이 깃들어 있던 것이다. 드러내지 않으면 소통할 수 없다는 패션계에서 자신의 창의력과 도전정신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영감이 되어준 마르지엘라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빛날 것이다. 겉만을 중요시하는 현시대의 많은 이들에게 다시한번 경각심을 깨닫게 해주는 예술가. 그의 이야기는 전세계 패션피플뿐만 아니라 도전을 망설이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정상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했던 그의 모습을 보며 오늘도 다시 한번 앞으로 리셋해 본다.

Information

제목 : 마르지엘라

원제 : Martin Margiela : In His Own Words

감독 : 라이너 홀제메르

출연 : 마르탱 마르지엘라, 장 폴 고티에, 카린 로이펠드, 까를라 소짜니, 캐시 호린,

피에르 루지에르, 리더바이 에델코르트

러닝타임 : 90분

국내개봉 : 9월 30일

관람등급 : 전체관람가

수입 : 크레센트 필름

배급 : 하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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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_ Seoha

@unpluggedbaba
www.unpluggedbab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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