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진실을 담은 연극 <하거도>

By 2019/03/13 show & exhibition

하거도 포스터

유토피아와 가장 가까이 있던 것, 인간의 추악함이 바로 그것이었다. 박탈당한 자들의 희생으로 점점 드러나는 잔혹한 진실을 담은 연극 <하거도>

하거도에서 태어나 하거도에서 버려지고, 다시 하거도로 돌아와 30년 이상의 수감생활을 견뎌낸 주인공, 하거도.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그가 아닌 인간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잔혹하고 추악한 외침이었다.

겉으로는 화려한 섬, 하거도는 유토피아라고 불리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추한 욕망만이 가득찼으며, 그 욕망으로 인해 최소한의 인권조차 무시당한 채 수감되어 살아가는 6천 여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거도는 수감자들 중 한 명이었으며, 연극은 그의 내면 속 목소리와 기억들로 진행됐다. 왠지 정겹고 아늑할 것 같았고 누구나 꿈 꾸는 섬 하거도에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할 무시무시한 인권탄압과 더러운 인간군상들의 욕망들과 그로 인해 탄압과 착취, 폭력과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절규와 울부짖음이 담겨 있다.

연극 중 벌어지는 재판과 연기들은 하거도인물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재판이었으며, 연기들은 모두 그의 기억이었다. 자극적인 극의 처음부터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도입부가 이해가 되는 구성이었다. 벙어리였던 하거도는 내면에서 울부짖을 수 있었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이러한 극의 독특한 연출이 다소 이해를 돕는데 어려웠으나 이후 극의 흐름속에서 그의 내면에 이야기를 펼쳐내며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였다벙어리 하거도는 본래 벙어리가 아니었지만, 본인이 목소리를 내면 자신도 주변의 더러운 인간들과 똑 같은 소리를 낼까봐 두려웠고 그것이 그가 입을 다문 이유였다. 그래서 그는 자진해서 벙어리가 되었고, 연극은 그가 사실 내면적으로 얼마나 외치고 괴로워하고 두려워했는지, 불안한 심정을 잘 반영한 구성이었다고 느꼈다.

연극 <하거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사회의 모습과 매일 벌어지는 사건 사고 속에서 진실을 감추고 왜곡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해낸 작품이다. 거대한 진실이 숨겨진 섬, 하거도는 아직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시대에 존재하고 있는 섬일지도 모르겠다. 연극 <하거도>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목: 하거도

관람기간: 2019.03.08 – 2019.03.17

관람등급:

감독: 최용훈

출연진: 박종용, 안성헌, 홍성경, 석소연, 백은경, 정세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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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 Kim Ha Sung (C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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