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_ 다큐 영화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과의 인터뷰!

By 2018/12/30 film & music,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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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과의 인터뷰!
우리들의 곁에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덤덤하고 평범하게 풀어내는 영화가 있다. 장애도 비장애도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영화 <어른이 되면> 다큐를 통해 혜영과 혜정 자매의 다큐를 담은 장혜영 감독을 언플러그드바바에서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감독님 언플러그드바바 독자분들께 소개와 인사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의 감독 장혜영입니다. 유튜브에서 ‘생각 많은 둘째언니’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Q.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이번 <어른이 되면>이라는 영화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어른이 되면>은 중증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어릴 때 장애인거주시설로 보내져 18년이라는 시간을 살았던 저의 친동생 ‘혜정’이 저와 함께 다시 사회로 나와 새로운 삶의 시간과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첫 6개월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Q. 이번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지금까지 없었던 삶이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될 때 그것은 분명히 여러 사람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있어왔던 우리 사회의 장애 서사들은 크게 두 종류였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도 해내기 힘들어보이는 일을 성취하는 위대한 장애인 서사, 그리고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비참함 그 자체를 스펙터클로 하는 불쌍한 장애인 서사. 이 두 가지 서사 모두에서 ‘장애’는 보편이 아니라 특수로 다루어집니다. 저는 보편으로서의 장애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이 있는, 하품을 하고 짜증을 내고 스티커사진을 찍으러 가는 장애인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제작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제작하면서 힘들었던 순간과 고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사실 <어른이 되면>이 제작되는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삶이 먼저고 작품은 나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시설에서 지내다 다시 사회로 돌아온 혜정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혜정보다는 저를 포함한 혜정 주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장애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그리고 서로의 도움으로 깨어나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Q. 혜정씨와 함께 영화를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A. 너무나 인상적인 순간들이 많아서 ‘가장’이라는 질문이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얼른 생각나는 순간은 촬영이 끝나고 편집을 하고 있었는데, 돌아보니 혜정이 뒤에서 가만히 제가 편집하는 것을 보고 있었어요. 순간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작업에 대해 혜정도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기억을 다시 영상으로 돌려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혜정이 가끔 어떤 순간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는데, 가끔은 안 찍은 것들도 보여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안 찍으면 못 본다고 하니까 무척 낙심했어요.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하기 미안해질 정도로. 하지만 아직 우리 기술은 안 찍으면 못 보니까 어쩔 수 없죠.(웃음)

Q. 일상을 담은 다큐 영화이기에 촬영이나 편집에도 신경을 썼을 것 같은데, 가장 공들인 부분이나 장면이 있나요?
A. 일상을 담았지만 스냅샷을 이어 붙인다고 저절로 스토리라인이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라인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구성 없이 일단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에 편집 단계에서 ‘이것은 이야기인가?’ ‘이것은 좋은 이야기인가?’ 이 두 질문을 손전등처럼 들고 촬영본 사이를 돌아다니며 길을 찾았습니다. 제가 동생을 너무 귀여워해서 스토리 전개에 꼭 필요 없지만 귀여운 장면들을 자꾸 넣고 싶어지는 충동을 통제하느라 애를 먹었어요.(웃음)

Q.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이는 애니메이션과 노래 때문에 여운이 오래 남았는데, 이 작업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애니메이션은 영화에 잠깐 잠깐 등장하는 ‘라팜팜파’라는 친구의 작품이에요. 다큐멘터리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무언가 기여하고 싶다고 말하더니 멋진 로토스코핑(애니메이션 이미지와 실사 동화상 : live action 이미지를 합성시키는 기법) 작업을 선물해줬어요. 노래 작업은 이번 다큐를 하면서 처음 본격적으로 해 봤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작품 중에 등장하는 친구 인서가 틈만 나면 자기 곡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요즘 혜정씨의 근황이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또 감독님의 근황이나 관심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A. 혜정의 변하지 않는 관심사는 커피와 친구들이에요. 눈을 뜨면 커피를 찾고, 그 다음에는 오늘 어떤 친구를 만날지에 대해 이야기하거든요. ‘히딩크’도 지치지 않는 관심사이고요. 이렇게 열심히 히딩크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쩌면 한번쯤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어른이 되면> 개봉으로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낸 지 꽤 됐어요. 사실 최근 일년 반의 시간은 전부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에 할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영화를 찍으려고 영화를 찍은 것, 책을 내려고 책을 낸 게 아니라 혜정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자리를 세상에 만들기 위해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을 만나고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기회들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바쁘게 다니고 있어요. 가끔은 지치지만, 원래 잘 지치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해요.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먼 계획을 잘 세우지 않아요. 어차피 늘 새로운 변수가 생기니까요. 하지만 가까운 계획들을 세우고 그걸 반드시 지켜내는 것은 좋아해요. 일단 개봉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어른이 되면>을 마지막까지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나면 조금 숨을 돌리고 싶어요. 아, 내년 봄에는 요새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혜정의 전시회를 열어볼 계획이에요.

Q. 영화감독 장혜영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없어요. 사실 살면서 영화를 찍고 개봉을 하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살다 보니까, 내가 원하는 길로 가기 위해서 애쓰다 보니 ‘영화감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살아가기 위해 다시 작업을 하고 싶어지면 그 때는 또 작업을 하겠지만, 영화를 만드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또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쪽은 아니에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은 속편을 만들 계획이에요. 청년 혜영, 혜정 자매가 어떻게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는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Q. 혜정씨 언니 장혜영으로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제가 바라는 삶을 늘 한 가지예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지금 하는 모든 일들은 다 진짜 자유를 찾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에요. 운으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권리로서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Q. 끝으로 인터뷰 협조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언플러그드바바 인터뷰에 대한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A.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Profile
장혜영
<어른이 되면> 감독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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