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_각자의 방식으로 마음 속 ‘인상’과 마주한 아티스트 이동훈

By 2019/09/29 interview

_뗡뀿_꺻뀳_솽꼺__넫 l Untitled l acrylic on paper l 54 x 62.7cm l 2018

페인팅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 프로젝트 기획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이동훈

우리는 모두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사진처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이동훈 작가는 그때의 기분, 희미한 색감, 순간의 향기 등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들을 마음 속에서 끄집어내어 캔버스 위에 표현한다. 내면의 세계를 관념하고 구상한 요소들은 다시 외부의 요소들과 결합해서 그의 작업들로 나타난다. 페인팅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 프로젝트 기획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이동훈 작가를 언플러그드바바에서 만나 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와 인사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이동훈이라고 합니다. 현재 페인터로 활동 중이며, 전시 및 프로젝트 기획 등 예술 기반의 다양한 활동도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Q. 페인팅 아티스트로써 처음 시작한 시기와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평면 언어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행위는 꾸준히 해왔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때로 기억합니다. 엄청난 철학적 의미와 사회적 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마음 속에 언제나 존재했던 어렴풋한 형상의 흐름들이 있었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익숙한 재료인 종이와 수채화를 사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캔버스에 아크릴을 통해 조금 더 확장된 표현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이 작품에 담아내는 메시지가 있나요?

A. 모든 작업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내면의인상을 표현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주로 동심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어릴 적 자라왔던 곳에는 시선이 가는 곳마다 모든 것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부드럽고 유기적이며 시시각각 변화했던 빛과 형태, 그리고 그것들의 관계를 마주했던 그 때의인상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어렴풋한 이미지와 순간의 향기, 희미한 색감 등 종합적인 형상의 흐름으로 마음 속에 머물러 있어요. 막연한 추상으로 펼쳐져 있는 이러한 모든 내적 장면들을 구상의 세계관으로 구축하여 표현해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_뗡뀿_꺻뀳_솽꼺__넫 l Untitled l acrylic on canvas l 65.1 x 50 cm l 2018_1

 

Q.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A. 내부의 관념적 세계에 집중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사유하며 마주한 모든 내적 영감들을 글로 옮기고 드로잉 해요. 동시에 그것들을 표면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학 이론과 미술사 서적 등을 참고하거나 결이 맞는 형태의 무언가들을 계속 찾아 나갑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기반으로 하며, 이후에는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마주하는 자연의 요소들에 귀를 기울입니다. 제 예술 안에서 자연은 막연한 내면의인상을 구체적으로 끌어내는 역할로서 존재합니다. 실재적이고 지각적인 자연의 형상 그 너머에 보이는 비실재적이며 이념적인 요소들, 거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Q. 그림 안에 있는 아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작품 속 아이는 3등신의 모습으로, 유년기의 아이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외관상 남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자를 쓰고 있음을 통해 그 경계는 더욱 더 모호해 집니다. 어떠한 감정 상태도 보여지지 않는 뒷모습으로 존재하며, 바라보는 시선 또한 분명하지 않아요. 이 모든 것들은 구체적인 누군가를 나타내려는 것이 아닌, 아이로서 전형(典型)을 표현하려는 의도입니다. 감상자의 눈을 통해 직접적으로 마주한 작품 내부의 세계관은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 놓여져 있는 아이의 존재에 이입되어 바라봤을 때의 크기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품과 감상자를 이어주어 세계관의 확장을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각자의 경험에 기반을 둔 어릴 적인상으로 깊이 있는 시선을 유도하는 매개체로서의 장치를 위치시키고자 했습니다.

Q. 작가님의 그림에서 색감이 돋보이는데 컬러를 선정하실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쓰시나요?

A. 따로 의도하여 컬러를 선정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내면의 추상적인인상그 자체를 구상의 세계로 가시화하여 표현하려 노력합니다. 그것의 어렴풋한 형상들이 페인팅에 반영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색감이나 형태로 전도(傳導)되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최대한 계획하지 않고 작업하려 합니다.

Q. 대중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요?

A. 예술 작품은 개인의 객관화된(표출된) 정신이며, 작품을 본다는 것은 작가의 의도와 더불어 그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관 등을 보는 것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요즘에는 작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상자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은 감상자 각자의 경험과 주변의 환경, 다양한 주관적 요소에 의해 해석됩니다. 또한 작품에는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도 자연스레 반영이 되기에,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사람이 더 풍요롭게 읽을 수도 있어요. 작품은 어쩌면 감상자 본인을 대면하게 해주는 역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제 작업을 보시는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 속인상과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해요. 작품을 관람할 때 조금 더 비워진 작업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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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접 전시도 기획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전시 기획을 하게 되셨나요?

A. 개인 작업과는 별개로 전시 및 프로젝트 기획자로 활동 중이며, 컨셉 기획부터 컨텐츠 개발, 아티스트 커뮤니케이션, 전시 디자인 및 시공까지 전반적인 디렉팅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부 디렉터와 협업하여 라이브 아트 퍼포먼스 행사를 진행했고, 큐레이터, 디자인 디렉터 친구들와 함께 기획 팀을 만들어 활동 중이기도 해요. 현재 타투를 주제로 꽤 큰 규모의 전시 기획을 담당하여 준비 중입니다. 예술에 기반을 둔 환경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저 또한 스스로의 예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뤄 보고 싶었던 담론이 언제나 있어 왔어요. 그것이 개인적 관심사든 사회적 맥락든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표면화 시켜보고 싶었던 것들이 늘 존재했고,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와 기획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전시 기획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실제로 기획에 들어가게 되면 정말 빠듯하게 움직입니다. 예산 혹은 준비기간 등의 제한적 상황에 맞추어 진행하다 보면 전체적 맥락에서의 핵심 포인트들을 놓칠 때가 많아요. 계속해서 돌아보고 끊임없이 체크하여 수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감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평소에 여러 사례들을 봐두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함께 준비하는 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것 같고요. 기획을 하다 보면 스스로 늘 부족함을 느끼는데 그것을 채울 수 있게 도움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음향과 공간향을 다루는 분들과 함께 기획해 보고 싶어요. 결국 전시라는 것은 공감각을 다루는 경험적 포인트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평소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혹은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데이비드 호크니는 제가 평면 페인팅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마다 그럼에도 계속해도 된다는 확신을 주었던 아티스트입니다. 마크 로스코가 작품을 공간에 보여주는 방식에도 영감을 많이 얻어요. 최근에는 한국의 김환기 선생님, 박서보 선생님, 백남준 선생님 등의 발자취에 주목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새롭게 작업해보고 싶은 소재나 작업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A.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작가와 기획자 두 가지 포지션을 모두 통틀어 요즘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크게 2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환경입니다. 여러 사회적 이슈들과 더불어, 환경 문제의 맥락 안에서 고민해 봐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음악과 미술에 대해 예를 들면, 음악은 시간 속에서 사라지기에 마주할 대상이 없지만 미술은 언제나 존재하며 누군가의 앞에서 사유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렇기에 미술로는 철학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남아 있기에 산업 폐기물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역설합니다. 자연의 것들을 가져와 쓰레기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좋은 재료는 보존의 측면을 고려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잘 썩지도 않아요. 스스로의 작업이 본래의 자연스러운 것들에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원하는 것으로 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항상 고민합니다.

두 번째는 한국적인 것이요. 대부분의 컨텐츠와 소비가 아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외부에 집중하기보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작게나마 고민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동시대 미술계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발언권을 갖을 수 있을만한 미학적 포인트가 무엇일까 늘 고민합니다. 개인적으로 요즘에는 무엇을 그릴까 하는 주제적 측면 이상으로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와 형식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삼원법이라는 동양적 공간지각방식에 대해 관심 있게 파고들고 있고, 스스로의 예술에 적용시켜 보려고도 해요. 작위적으로 만들어 나가지 않아도 내가 서 있는 이 땅에 자연스레 집중하다 보면 한국 고유의 시각인식체계와 심미의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의 해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작품 활동 계획, 전시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다짐이 있다면?

A. 개인적으로 19년은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는 시기입니다. 최근에내가 왜 페인팅을 할까?’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고, 그 결과 이제는 평면이라는 사각형의 논리 밖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인 듯 해요. 평면에서 입체로, 입체에서 공간으로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결국 저의 예술 형식의 지향점이 아닌가 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것이 지금 제가 기획자로 활동하는 맥락과 연결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조급하지 않게 준비해 보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언어를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이데거는 본인의 평생 작업을 두고작품이 아니라 길이다라고 했습니다. 그저 해 보는 수밖에는 없어요. 훗날 과정을 들여다 보면 하나의 일목요연한 흐름의 매커니즘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나의 언어가 되는 것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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